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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 낮부터 우리집 개금동이가 토하고 설사하고를 반복하다가
결국은 근처 동물병원으로 끌려갔는데
갔다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불현듯 나 어릴적이 자꾸 떠올랐다는 엄마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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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충 이야기는 이렇다
생후 21일부터 툭하면 기절해버리는 요상망측한 체질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우리집
그 날도 어김없이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는데---
이노무 섹션인지 뭔지로 목구멍에 있는 이물질을 빼내야 한다는 말을 들으신 외할머니는 제정신이 아니셨다
물론 옆에 있던 엄마도 무너지는 외할머니를 붙잡느라 정신 없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전해진다
문제는 이 다음인데 엄마의 눈에 비친 (의사양반이 들고 있던) 섹션이 조금 이상하더라는 거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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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학지식이라곤 개뿔도 없는 당신이 봐도
이건 도저히 한달짜리 신생아 목구멍에 넣을만한 크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
거기에 그 엄지손가락 굵기의 섹션이 피칠갑으로 되어가는 모습을 보자,
눈알이 먼저 튀어나오는지 몸이 먼저 튀어나오는지 모를 속도로 달려가서 그 젊은 의사에게 따져물었고
(알고보니 그 의사는 인턴이었다)그는 자신이 인턴이라서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나머지 열폭하다가
죽어가는 신생아를 앞에 두고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간 내 엄마에게
입고있던 의사가운이 찢어발겨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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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이 개샛기야 너도 죽고 나도 죽자
좌아아아악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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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만큼의 소동이 벌어지자 간호사들로는 역부족이었는지 이번엔 진짜 의사가 놀라서 뛰어왔는데
간단한 자초지종만 들었을 뿐인데도 그 인턴에게 대뜸 욕부터 하면서 어느 걸로 썼냐고 따졌고
방금 전까지 피칠갑이던 섹션을 보여주자 이게 성인용이지 애들용이냐 이 !#$#%&*&(^&---왠지 길어졌다
암튼 일자무식 환자 앞이라고 깝치다가 개쪽당한 그 인턴 손에 금쪽같은 내새끼가 죽을 뻔 했노라고
덤덤히 얘기하시는 엄마의 옆모습을 보면서
나는 참 이래저래 죄 많은 새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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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데 한편으론 그 살풍경을 상상하니 터져나오는 웃음이란...
뭐 이것도 지금까지 살아있으니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겠지/그치만 웃ㅋ곀ㅋㅋ앜ㅋㅋㅋ엄마 미안ㅋㅋ앜ㅋ
아무리 험난하게 살아왔어도 지나고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구냐하...흐
아, 이건 좀 아닌가